회사에서 돌아갈 때는 살고 있는 아파트가 보이는 다리 위에서 방의 베란다를 올려다보곤 했었다.
별다른 이유는 없는, 거의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상적인 일이었다.
그날도 평소처럼 내 방의 베란다를 보았다.
...응?
베란다에 누군가 있다.
분명히 사람이 서 있었다.
고개를 푹 숙이고 긴 머리를 늘어트린 채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.
나는 무서워져서 근처에 살고 있는 동료 언니 K 씨에게 전화를 하고 근처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.
그리고 일의 경위를 이야기했지만, K 씨는 믿지 않으며 착각이라고 단언하고는 집까지 동행하기로 했다.
방에 들어가니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낯익은 방이 나를 맞아주었고, 베란다에도 역시 아무도 없었다.
역시 잘못 본 것이라 결론짓고 K 씨는 돌아갔다.
하지만, 어째서인지 나의 불안이랄까, 공포는 전혀 진정되지 않았다.
결국 자기 자신에게 헛것을 본 것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고 저녁도 먹지 않은 채 그대로 잠자리에 들었다.
[딩동]
...벨소리에 잠이 깼다.
시계를 보니 새벽 1시.
멍하니 도대체 누구냐며 투덜대면서 인터폰을 들었다.
K 씨였다.
K 씨는 대단히 무서운 얼굴로 [빨리 나와! 안에 누군가 있어! 이 집 베란다에 누군가 있어!] 라며 문을 두드렸다.
잠이 확 깬 나는 짐도 챙기지 않고 그 길로 부리나케 집을 나왔다.
문밖에 있던 K 씨는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신 채 사색이 되어 있었다.
[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여러 번 전화했었어.]
휴대폰을 보니 전화가 3통이나 와 있었다.
[좋지 않은 느낌이 들고, 저녁때 일도 마음에 걸려서 다시 다리 위까지 와 봤거든.]
무서움 탓인지 K 씨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.
[처음에는 빨래가 크게 말려 있는 거라고 생각했지만... 그게 모두 사람이었어.
도대체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베란다에 한꺼번에 있을 수 있어?
게다가 빨래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 사람들 모두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방 쪽을 째려보고만 있었어...]
이야기를 듣자마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.
우리는 그대로 경찰서에 가서 사정을 이야기했다.
역시나 믿어주진 않았지만 경찰관 한 명이 함께 집으로 왔다.
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베란다에는 아무도 없었다.
그날은 근처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가서 잤다.
다음날 부모님과 함께 돌아와 그 방에서 나가기로 하고 부동산에 집을 내놓으러 갔다.
부동산에 있는 사람을 추궁해 봤지만 여태까지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.
본가에 돌아온 다음날, 집에서 쉬고 있는데 직장 상사에게 전화가 왔다.
K 씨가 입원했다는 소식이었다.
어제 일도 있고 해서 불안해진 나는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.
K 씨는 얼굴과 손에 붕대를 감은 채 자고 있었다.
곁에서 간병하던 K 씨의 언니에게 인사를 건넨 뒤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.
[혹시 회사에서 K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?]
[회사에서는 그다지 별일 없었던 것 같아요...]
[그럼 혹시 남자친구라도 있었나요?]
[K 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?]
나는 어제 일은 이야기하지 않고 K 씨의 언니에게 사정을 물어보았다.
[방에서 자해를 한 것 같아요.]
[네?]
무엇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 관리인이 찾아가 보니 K 씨가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고 한다.
문이 잠겨 있어 관리인은 경찰에 전화를 한 뒤 비상 열쇠를 사용해 들어갔다고.
[병원에 옮겨지고 나서 경찰에게 들은 거지만, 베란다 유리가 산산조각 나 있었다고 했어요.
경찰도 침입자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했지만, 그런 흔적은 없었다고 해요.
게다가 안에서부터 깨진 창문의 모습이 K가 직접 깨버린 것 같다고 해서...]
나는 눈앞이 점점 어두워졌다.
분명 그거야...
이후, K 씨는 지방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.
면회를 하고 싶다고 K 씨의 가족에게 몇 번 부탁해 봤지만, [다음에] 라는 대답 밖에는 돌아오지 않았다.
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 갑자기 K 씨에게 편지가 왔다.
그 편지에는 즐겁게 지내고 있다든지, 병실 동료인 누구가 싫다든지, 어떤 남자가 멋있다든지 등의 내용이 정신없이 적혀 있었다.
사진의 끝에는 건강하고 힘내고 있어! 라는 말과 함께 흰 병실의 침대에 K 씨가 피스 사인을 하고 있는 사진이 동봉되어 있었다.
...그리고 등 뒤에 보이는 창문은 모두 검은 종이로 막혀 있었다.



베란다 바깥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귀신들이란 건가?
무서워 덜덜 떨다가 가라고 빌어도 보고 화도 내보고 했지만 아무래도 없어지지 않고 그저 말 없이 집 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마침내는 참지 못하고 베란다 창문을 부수면서 화를 낸건가?