올여름, 시골에 내려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무렵 욧시한테 전화가 왔다.
[벌써 몇 년째 안 내려오는데 무슨 일 있는 거야? 올해 동창회에는 안 올 거야?
올해는 엄청 크게 해서 선생님이랑 동기들 거의 다 나온다던데? 간사인 미에도 너랑 연락이 안 된다고 투덜대고 있었어.
연락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.]
나는 미에의 전화번호를 욧시에게 물어 연락하고 올해 동창회에 나가기로 했다.
동창회에 나가자 동기들과 선생님 등 그리운 얼굴들이 나를 맞아주었다.
25년 만의 동창회였지만 [너는 어떻게 변한 게 없냐?] 라며 친한 선생님이 웃으며 맞이했을 정도로 화기애애했다.
하지만, 그 안에는 욧시가 없었다.
미에한테 욧시가 어디 있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[욧시가 누구야?] 라는 것이었다.
확실히 별명과 얼굴은 생각났지만 성도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.
다른 누구에게 물어도 욧시가 누군지는 모르는 것 같았다.
[다른 사람들한테는 엽서로 출석 확인을 해서 집 전화번호만 알려줬는데, 너만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서 깜짝 놀랐어.]
라는 미에의 말이 떠올랐다.
더 캐물었다가는 분위기를 흐릴 것 같아 그만뒀지만 아무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.
그렇게 묻어가나 싶었던 그 화제는 2차에서 또 나왔다.
아무도 욧시라는 친구를 떠올리지 못 했고, 후배나 부모님, 누나한테까지 전화를 걸어 봤지만 아무도 몰랐다.
나에게 동창회가 열린다는 것을 가르쳐 준 친구 역시 없었다.
하지만, 어머니는 욧시 같은 친구를 기억하고 있었다.
어릴 적 딱 한 번, 내가 낡은 책 한 권을 [생일 선물로 받았어.] 라고 말하며 가지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는 것.
너무 열심히 읽어서 버리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지만, 선물로 주워온 것 같은 헌 책을 건네주다니 이상한 친구라고 생각했었다고.
그 와중 어느 친구가 [통화 기록에 남아 있지 않아?] 라고 물었고
찾아보니 확실히 욧시에게 걸려온 것 같은 번호가 있었다.
그 번호로 전화를 걸자 갑자기 술집 문 너머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.
그런데 친구들이 문을 열자 문밖에는 아무도 없었다.
그리고 그 순간 내 휴대폰은 전원이 꺼지더니 완전히 고장 나 버렸다.
뒤숭숭해진 분위기 속에서 2차는 그대로 끝나버렸다.
그리고 며칠 전, 욧시에게 문자가 왔다.
[지금 그쪽에 놀러 가려고 해. 도착하면 너희 집에서 자게 해줄래?]
나는 아직 대답을 하지 못 하고 있다...




못찾아가서 불렀구나...
근데 일단 그 책이 뭔지 찾아보는게 좋지 않겠니